1. 말씀묵상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교장 선생님은 한국 전쟁에 참전한 참전용사였습니다. 그분은 매주 월요일 애국조회 시간만 되면 자신의 무용담을 학생들에게 들려주곤 했습니다. 처음 한두 번은 재미있게 들었는데 매주 같은 레퍼토리를 3년 동안 반복하는 일은 어린 학생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같은 말씀을 반복하는 분이 한 분 더 계셨는데 외할머니였습니다. 외할머니는 극심한 가난 가운데 8남매를 고생하면서 키운 이야기를 어린 손주를 앉혀놓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딸들이 들어주지 않아서 손주에게 말씀하셨지만 그 모습을 생각해보면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았고 모진 고통가운데도 지금까지 살아남았음에 큰 위로를 얻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분들은 그 이야기를 함으로써 스스로를 대견해 했고 자랑스러워했으며 모진 지난날의 고통도 이겨내었는데 지금 당하고 있는 이 정도 고통쯤이야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는 자기 위로를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도 지금 어려움과 힘든 일을 겪으면 과거의 영광을 회상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가정에서 부부간,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 어려움이 생기면 가장 좋았던 지난날을 생각하지 않습니까? 이 남자를 만나고 사랑했을 때를 생각하고 처음에 아내를 보았을 때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모습을 생각하지 않습니까? 자식이 속을 썩이면 어릴 때 엄마 아빠라고 불렀던 그 모습을 떠올리고 지금 이 순간도 지나가고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살지 않으면 현실의 고통을 한순간도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과거에 대한 기억을 주시는 이유는 과거의 영광과 기억에 머물고 안주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 영광과 찬란했던 아름다움을 기억하고 오늘 당하고 있는 고통을 이겨내라는 의미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의 욥도 역시 같은 메커니즘을 겪고 있습니다. 욥이 처음으로 친구들에게 자신의 과거의 영광을 하나하나 자랑하고 있습니다. 2절 말씀입니다. “나는 지난 세월과 하나님이 나를 보호하시던 때가 다시 오기를 원하노라” 3절에서 5절까지 6절, 7절까지 반복되는 단어가 있는데 “그 때에는” 이라는 단어입니다. 그 중에 4절을 한번 보겠습니다. “내가 원기 왕성하던 날과 같이 지내기를 원하노라 그 때에는 하나님이 내 장막에 기름을 발라 주셨도다”
욥이 말하는 그 때에 ‘왕년에’라는 말입니다. 그 때 하나님께서 내 인생에 이렇게 일하셨고 내 장막에 기름을 발라주셨다고 자랑합니다. 그가 윤택한 삶을 살았다는 말입니다. 친구들에게 과거의 영광을 자랑합니다. 지금 비록 재 가운데 앉아서 질그릇을 깨뜨려 몸을 긁는 비참한 상황가운데 있으나 왕년에는 너희가 알다시피 영광가운데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자기의 왕년을 자랑하는 욥의 얼굴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찬란하고 아름다운 과거를 기억하며 빛나고 행복한 얼굴에 젖어 있었을 것입니다. ‘그 때에는’이라는 자기 고백을 지나서 이제는 자신이 과거에 얼마나 큰 선을 베풀었는지 자랑하고 있습니다. 12절 말씀입니다. “이는 부르짖는 빈민과 도와 줄 자 없는 고아를 내가 건졌음이라” 이렇게 말하는 것은 욥의 친구들이 욥에게 “네가 과부를 압제하고 고아의 팔을 꺾었다”고 한 말의 반론이기도 하지만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아름다운 선행을 과거에 베풀며 살았다는 자랑이며 내 장막에 기름을 발라주셔서 부요하게 하신 물질을 나는 혼자 쓰지 않고 이웃들에게 나누며 살았다는 자기 간증입니다.
15절과 16절 말씀입니다. “나는 맹인의 눈도 되고 다리 저는 사람의 발도 되고 빈궁한 자의 아버지도 되며 내가 모르는 사람의 송사를 돌보아 주었으며” 구체적으로 과거에 이런 인생을 살았다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욥이 한 말이 자기 자랑처럼 들리십니까? 만약 그렇게 들었다면 욥을 오해한 것입니다. 욥이 지금 겪는 고난을 견딜 수 있는 힘은 과거의 영광을 붙잡고 보이지 않는 하나님 손길을 의지하는 것 이외에 무엇이 있겠습니까?
찬란했던 나의 모습을 돌아보고 하나님이 다시 그때로 돌이켜 주시기를 원한다는 인간적이고 솔직한 욥의 고백을 우리는 자기자랑으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 가운데 어려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과거에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없는 과거의 영광만 떠올린다면 과거에 머물러 있는 어리석은 사람일 것입니다. 과거에 내 기도에 응답하시고 도우신 하나님께서 지금도 살아계셔서 응답하실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신앙이 벽에 부딪쳤다면 하나님께서 과거에 나에게 역사하셨던 그것을 기억하시고 떠올리시기를 바랍니다. 왕년에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셨던 기억이 오늘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겨내는 유일한 돌파구와 힘이 될 줄로 믿습니다.
그 옛날 이스라엘 백성들은 출애굽 기억을 대대로 전승했습니다. 출애굽 기억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영적인 DNA 가운데 남아있는 큰 자랑거리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시편 기자를 통해서, 모세를 통해서 출애굽의 아름다웠던 과거을 전승하도록 하셨습니다. “내가 너를 강한 손과 편 팔로 이집트에서 구원해 내었던 그 때를 기억하지 못하느냐?” 하나님은 선지자들을 통해서도 출애굽의 그 놀라운 기억을 떠올리게 하셨습니다.
왜 그렇게 하셨습니까? 그 때 하나님이 우리를 도우셨던 것처럼 지금도 도울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의지하면 과거 우리 조상들에게 역사하셨던 하나님이 반드시 우리를 도우실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요단강을 건너갈 때 각 지파별로 돌을 하나씩 가져다가 길갈에서 기념비를 세우게 하셨습니다. 왜 그렇게 하셨습니까? 그 돌을 보고 후손들이 이 돌이 무슨 뜻이냐고 묻거든 이 돌은 너희를 요단강을 건너게 하신 하나님의 능력의 손길이라고 말하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신앙은 기억입니다. 과거의 하나님이 우리 조상들에게 어떻게 역사하셨는지를 분명히 기억하고 오늘도 같은 패턴으로 일하고 계실 것이라는 확신과 신뢰가운데 살아가는 것이 오늘 우리의 고난을 이겨내는 방법입니다. 오늘도 과거의 찬란했던 믿음의 영광들을 떠올려 보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부모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셨던 것, 우리가 지금껏 겪어 왔던 하나님의 귀한 손길들을 기억하시고 그 손길이 오늘도 나와 함께 하실 것임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2. 실천다짐
1) 과거에 함께하신 하나님의 영광을 기억하겠습니다.
2) 오늘 겪는 고난을 하나님의 눈으로 바라보겠습니다.
3. 한줄기도
사랑의 하나님, 지금 겪는 고통과 어려움은 과거에 함께 하신 하나님의 능력으로 이기고 나아가려 하오니 동일한 능력으로 힘을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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