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말씀묵상
어떤 사람에게 ‘관료적이다’ 혹은 ‘사무적이다’는 평가를 한다면 그다지 좋지 못한 의미입니다. 인격적으로 따뜻함이 없고 인간미가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정답을 정해놓고 틀에 맞추어서 사람이나 상황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요즘은 많이 좋아졌지만 과거에 관공서에 가면 서식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서식대로 민원서류를 작성하지 못하면 민원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노인들은 서류 하나 접수하는 것이 어려운 시절이었습니다. 사무적이고 관료적이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최근 정부가 시행하는 행정에도 탁상공론의 예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저출산 정책입니다. 왜 이렇게 출산율이 떨어지는지 밑바닥부터 살피지 않았기 때문에 돈만 지원하는 정책에 그치고 돈은 천문학적으로 지원했지만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출산을 하지 않는 이유는 아주 복잡합니다. 자녀를 낳아 기르기에 이 사회가 안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성장했을 때 취업문제가 걱정입니다. 이 나라의 국가 안보문제도 염려됩니다. 이런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뒤섞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한 가지 문제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어떤 정답을 정해놓고 끼워 맞추려고 할 때 우리는 답답함을 느낍니다. 전혀 상황은 그렇지 않은데 정답이 이것이라고 사람들에게 강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의 젊은 엘리후가 이런 모습을 보입니다. 엘리후는 굉장히 괜찮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얼굴을 붉혀가며 욥과 욥의 친구들에게 하나님에 대해서 변증할 만큼 열정적인 사람이었고 욥과 욥의 친구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멀리서 달려와서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 듣고 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비록 남의 이야기였지만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생각주머니가 커져서 타인의 삶에 개입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도 역시 자신만이 가지고 있었던 틀과 사고의 기준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는 하나님에 대한 절대적인 자기 기준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이런 분이라는 기준을 만들어놓고 욥에게 그 하나님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10절에서 12절까지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너희 총명한 자들아 내 말을 들으라 하나님은 악을 행하지 아니하시며 전능자는 결코 불의를 행하지 아니하시고 사람의 행위를 따라 갚으사 각각 그의 행위대로 받게 하시나니 진실로 하나님은 악을 행하지 아니하시며 전능자는 공의를 굽히지 아니하시느니라”
‘하나님은 사람의 행위를 따라 갚으사 각각 그의 행위대로 받게 하신다’는 말을 하는 이유는 욥이 지금 당하고 있는 고통의 근원은 욥의 행위에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죄 없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겠느냐? 너의 행위를 살피라고 했던 욥의 친구들과 큰 범주에서 틀리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욥의 친구들이 인과율에 매여 있는 하나님을 증거했듯이 엘리후도 사람의 행위를 따라 갚으시는 하나님을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틀을 가지고 하나님을 정의하고 욥의 상황에 적용합니다. 21절 말씀입니다. “그는 사람의 길을 주목하시며 사람의 모든 걸음을 감찰하시나니” 즉 하나님이 너의 모든 길을 주목해 보고 계셨고 너의 모든 삶을 감찰하고 계시다가 잘못된 행위를 발견했음에 틀림없다. 그래서 하나님이 너를 심판하셨다는 말입니다.
그 심판의 내용을 25절에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는 그들의 행위를 아시고 그들을 밤 사이에 뒤집어엎어 흩으시는도다” 그들 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욥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밤사이에 너의 모든 재산도 뒤집어 엎으시고 하룻밤 사이에 너의 건강도 빼앗아 가시고 하룻밤 사이에 너의 자녀들도 데려가셨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이 이런 분이시라는 틀을 만들고 그 틀에 근거해서 욥의 상황에 구체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정의와 적용이 끝났다면 그 다음에는 해결책을 제시할 차례입니다. 엘리후가 생각하는 욥의 상황의 해결책입니다. 31절과 32절입니다. “그대가 하나님께 아뢰기를 내가 죄를 지었사오니 다시는 범죄하지 아니하겠나이다 내가 깨닫지 못하는 것을 내게 가르치소서 내가 악을 행하였으나 다시는 아니하겠나이다 하였는가”
엘리후의 해결책은 이것입니다. “하나님께 회개하라. 그런데 네가 아무리 생각해도 회개할 것이 없다면 깨닫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말하라.” 이것이 해결책입니다. 완벽한 설교 아닙니까? 정의가 먼저 있고 그 다음 적용이 나오고 그 적용에 따른 해결책까지 제시해주는 완벽한 설교가 엘리후의 입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듣는 욥은 얼마나 답답함을 느끼겠습니까? 내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설교입니다. 완벽한 틀을 가지고 자기에게 올가미를 뒤집어씌우는 이 설교, 세 친구와 지루한 논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젊은 사람이 나타나서 올가미를 씌우는 설교를 합니다.
욥이 왜 답답함을 느낄까요? 엘리후의 말 속에는 욥의 상황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욥이 지금 겪고 있는 현실적 고통에 대한 성찰, 그의 상황에 대한 위로, 이 상황을 돕기 위한 인간적인 배려 등이 전혀 없기 때문에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의 말이 다 맞는 말이라 하더라도 오히려 귀를 막고 싶고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들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복음을 전하실 때 하나님 나라의 말씀만 전하지 않았습니다. 말씀을 전하시면서 동시에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과 위로를 함께 전하셨습니다. 오병이어 사건을 행하실 때 주님은 빈들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아침부터 해가 떨어질 때 까지 전하셨습니다. 그 후에 주님은 상황을 살피셨습니다. 살펴보니 그들이 지금 배고파 한다는 것을 아셨습니다. 그들에게 오병이어 사건을 행하셔서 배불리 먹도록 해주셨습니다.
우리 주님은 환자들에게도 말씀만 전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몸에 손을 대주시고 회복시켜 주셨습니다. 귀신들린 자에게도 설교만 하지 않으시고 귀신을 내쫓아 주셨습니다. 주님은 예수님을 찾아온 사람들의 상황을 살피고 눈길을 주시고 귀를 기울였던 분이십니다.
이런 예수님의 사역을 본받아 이 땅의 선교사들이 복음을 전할 때 상황을 살피는 사회적인 복음에 전력했습니다. 이 땅에 복음을 전할 때 교회가 세워지는 곳에는 항상 두 가지가 함께 왔습니다. 학교와 병원이었습니다. 배우지 못한 사람들의 상황을 고려해서 학교를 세웠고 병든 자들을 위해서 병원을 세웠습니다. 교회만 덩그러니 세워놓고 말씀만 전하지 않았습니다. 복음은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을 위로하고 사람들의 형편을 살피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엘리후의 말을 들어보면 너무 옳은 말인데 와 닿지가 않습니다. 욥의 상황에 대한 위로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변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것은 그들의 상황을 함께 살피고 위로해주고 복음이 상황과 함께 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도 이웃들의 상황을 살피고 위로하고 따뜻함이 있는 삶을 사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 실천다짐
1) 완벽한 말보다는 따뜻한 배려를 하며 살겠습니다.
2) 상대방의 상황을 위로하는 복음 전도자가 되겠습니다.
3. 한줄기도
사랑의 하나님, 예수님처럼 사람을 사랑하고 상황의 약함을 위로하는 진정한 위로자가 되기를 원하오니 지혜를 허락하여 주옵소서.
성경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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